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제14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생의 따뜻한 긍정, 아프고 고독한 삶의 위로
눈먼 개와 모텔을 전전하는 남자 주인공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고독한 삶에 대한 묘한 아픔과 추억 속 한 켠의 잔잔한 슬픔을 따뜻하고 정감어린 그녀만의 문체로 어루만지고 있다. 소설 속 ‘나’는 여행자다. 발길 닿는 곳으로 혹은 버스나 기차가 멈추는 대로 정처 없이 ‘나’는 어디든 여행한다. 삼 년 동안 길 위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나’는 만난 사람을 일련번호로 호칭한다. 숫자는 무한하기 때문이다. 친구를 밀어서 식물인간으로 만든 아이 239, 바닥에 버려진 껌딱지로 예술을 하는 사람 99, 첫사랑을 잊지 못해 기차에 머무는 사람 109, 자살을 결심한 사람 32, 자기 책을 파는 여자 소설가 751 등등. ‘나’는 길 위에서 그들을 만나 다양한 슬픔의 무늬를 바라본다.
눈먼 개 와조와 ‘나’가 그 여행에서 하는 일이라곤 사람들을 만나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편지를 쓸 뿐이다. 모텔로 돌아와 ‘나’는 그 사람들에게 편지를 쓴다. 편지를 쓰며 아프고 고독한 그들의 삶을 위로한다. ‘나’는 답장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도시의 미로를 헤맨다. ‘나’는 결심한다. 누군가에게 단 한 통의 편지가 오면 이 여행을 중단하겠다고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 누구 하나 편지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의 여행은 멈춰지지 않는다. 답장이 도착할 때까지 ‘나’의 방황은 계속되고 편지쓰기 또한 계속된다. 아무도 ‘나’에게 편지하지 않지만, 만났던 그들이 답장을 보내줄 거라는 희망의 끈은 놓지 않는다.
1976년 광주에서 태어나 전남대 지리학과를 졸업하였다. 2004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하였으며, 2007년 등단한 동생 김희진씨와는 ‘쌍둥이 자매 소설가’이다. 소설집 『키친 실험실』과 장편소설 『앨리스의 생활방식』이 있고,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로 2009년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했다.
첫 소설집 「키친실험실」에서부터 고립과 소통이란 주제에 대해 골몰해 온 그녀는 스스로를 '은둔형 작가'라고 칭한다. 첫 장편소설 『앨리스의 생활방식』에서도 10년간 집안에 틀어박힌 은둔형 외톨이를 등장시킨 것을 보면 예사로 넘길 말은 아닌 듯 하다. 하지만 『앨리스의 생활방식』의 미덕은 고립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뒤집는 데 있다. 손쉽게 자신의 닫힌 방문에서 빠져나와 밖으로 나갈 것을 역설하지 않고, 철저한 고립이 오히려 진정한 자신을 찾는 방법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이 작품이 여타의 ‘외톨이 이야기’와 차별되며 문제적일 수 있는 지점이 여기에 있다. 작가는 “삶의 방식이 밖에서 보기에 올바르지 않고 평범하지 않다고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누군가를 이해하고 이해받는 게 살아가는 힘이 아닐까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녀의 소설은 이제 문 안에 갇히는 대신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09년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인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에서 그녀는 길 밖으로 떠도는 사람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수상소감
수상작가 인터뷰│정한아(소설가)
편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