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수술실에서 보낸 3만 시간 - 국가대표 무릎 주치의 김진구 교수의 메디컬 에세이

수술실에서 보낸 3만 시간 - 국가대표 무릎 주치의 김진구 교수의 메디컬 에세이

저자
김진구 지음
출판사
꿈의지도
출판일
2025-03-04
등록일
2025-04-03
파일포맷
PDF
파일크기
5MB
공급사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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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정형외과 전문의가 30년간 수술실에서 겪은 실화!
여자배구 김연경, 전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 이상화 등
국가대표 선수들의 수술실 뒷이야기까지

소설보다 더 소설 같고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희노애락 수술실 이야기

수술 말고는 다른 일을 해본 적이 없다. 평생 뼈관절을 사랑해온 사람. 그는 뼈나 인대 같이 변덕스럽지 않고 언제나 든든하게 몸과 관절을 지켜주는 항상적인 구조가 좋았다고 한다. 천상 정형외과 의사인 김진구 교수. 전방십자인대 재건술을 3,000례 넘게 했고, 세계 3대 인명사전에 모두 등재된 ‘관절박사’지만 이 책에는 성공보다 실패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다.
영어 표현 중에 ‘My fingers are all thumbs’라는 문구가 있다. 열 손가락이 모두 엄지라는 뜻. 우리말로 하면 ‘금손’의 반대말인 ‘똥손’ 쯤으로 번역할 수 있겠다. 엄지손가락은 회전이 자유롭기는 하지만 검지나 중지 같은 손가락에 비해 짧고 굵고 둔하다. 세밀한 수술을 해야 하는 외과의사에게 열 손가락이 모두 엄지손가락이라는 것은 크나큰 장애물. 2년차 전공의도 오분만에 끝내는 수술 시 고정을 한두 시간이 넘도록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때문에 그는 다리뼈 골절 치료를 위한 금속정 고정을 60개 단계의 술기로 세분하여 꼼꼼하게 적은 노트를 만들었다. 또 이 수술 노트에는 120여 단계의 Dr. Kim’s Note가 더해졌는데, 각 단계마다 그가 수술해온 세월만큼이나 많은 경험과 실수, 문제점이 낱낱이 적혀 있다고 한다. 또 수술 시 겪게 되는 여러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한 팁까지 빽빽하게 기술되어 있다고 한다. 핸디캡을 극복하여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나름의 고군분투였을 것이다. 그야말로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귀한 ‘수술 족보’다. 어쩌면 그 노트 덕분에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성공적으로 수술을 받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과정이 순조롭지 않았기에 남들보다 특별한 노하우를 얻었고, 숱하게 실패했기에 실패하지 않는 법을 남들보다 더 치밀하게 체득한 셈이다.
이 책에는 자신을 ‘돌팔이 의사’라고 부르는 김진구 교수가 30여 년이 넘도록 병원 수술실과 진료실에 겪은 여러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이 담겨 있다.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중증외상센터>처럼 쫄깃하고 인기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처럼 훈훈하며, <낭만닥터 김사부>의 실사판처럼 닮아 있다. 마치 관절경을 통해 몸 속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듯이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쉽게 들여다보기 어려운 수술실로 슬쩍 따라 들어가본 느낌이다.
“부족하고 부끄러운 삶이었지만, 그냥 ‘이렇게 산 사람도 있구나.’ 작은 틈새로 흥미롭게 들여다봐주면 좋겠다.”고 그는 말하지만, 아마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우리 시대 의사로서의 삶이 어떤지, 어떠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환자는 죽어서 의사의 가슴에 무덤을 남긴다
흰 가운의 의미를 곱씹게 하는 메디컬 에세이

환자들이 김진구 교수의 진료 예약을 하려면 일 년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긴 시간 기다려도 막상 의사 얼굴 보며 진료하는 시간은 단 일분에 불과하다. <일 년 대기, 일분 진료>라는 제목의 장에서는 우리나라 의료 현실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책임은 무겁고 돈은 안 되는 어려운 수술’은 모두 안 하려고 하는 현실. 의대 증원 사태를 겪으며 돈벌이에만 혈안이 된 이기적인 의사 집단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의사로서 느낀 솔직한 자괴감도 언급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혐오하거나 추앙하거나>라는 글의 마지막에 나오는 문장은 마음을 뭉클하게 만든다. ‘의사는 어떤 경우에도 환자의 곁에 남아 있어야 한다. 설령 그 환자가 의사를 극도로 혐오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의사라는 직업이 가진 무게, 흰 가운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되는 구절이다.
의사는 신이 아니라서 모든 환자를 다 살릴 수는 없다. 또 아무리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모든 수술을 성공할 수는 없다. 유망한 선수가 무릎 수술 후 재기에 실패하기도 하고, 고령의 관절염 환자가 죽기도 한다. 오로지 환자를 다시 걷게 하겠다는 마음 하나로 몇 날 며칠 환자 곁에서 밤을 새웠지만, ‘그냥 죽게 놔두지 왜 나를 살렸냐’는 원망을 듣기도 한다.
수술 후 환자가 재활에 성공하면 그것은 오로지 환자의 의지 덕분이며, 실패하면 그것은 온전히 의사의 책임이다. “제 실력이 모자랄 수는 있지만 노력과 정성이 부족하여 우를 범하지는 않겠습니다.” 수술실에 들어갈 때마다 그는 짧은 기도를 한다. 그럼에도 죽고 사는 일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아니다. 환자는 죽어서 의사의 가슴에 무덤을 남긴다.

수술실, 그 차갑고 긴장된 곳에서 흐르는 음악과 농담
‘병원 수술실은 모든 환자에게 질병의 아픔과 공포가 있는 곳이며, 의사들에게는 긴장과 촌각을 다투는 스트레스가 집중된 곳’이다. 그러나 매일매일 입이 타들어가는 듯한 긴장만 가득한 일터라면 단 한 달도 버티기 힘들 것이다. 환자나 의료진들의 굳은 마음을 녹이고 안심과 희망, 집중을 끌어내는 것도 집도의가 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다. 그래서 그의 수술실에서는 언제나 음악이 흐르고 농담이 오고 간다.
타인의 아픈 무릎을 고치는 수술실이 의사인 그에게는 ‘고흐의 캔버스이며, 메시의 그라운드고 베토벤의 악보이자 피아노다. 관객은 없지만 배우가 있고, 각본이 있어 때로는 연극 무대처럼 느껴지는 곳’이기도 하다. 어떻게 어떤 식으로 수술할 것인지 각본을 짜고, 무대에 오르기 전에는 시나리오대로 수없이 예행연습도 한다. 수술실을 영어로 ‘Operating Theater’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구나 싶다. 그는 ‘Operating Theater’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고.
그는 허구한 날 톱과 망치로 조이고 풀고 두드리며 날마다 연장질하는 정형외과 의사라서 어깨와 팔꿈치 관절의 통증을 달고 산다. 타인의 무릎 건강과 자신의 팔꿈치 통증을 맞바꾸는 셈이다. 의사란 원래 자기 수명 단축해 가며 남의 수명 연장시키는 직업. 그럼에도 기꺼이 하루 열 건 이상의 수술을 소화하는 삶을 30년째 이어오고 있다. 힘든 하루의 가장 큰 위로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과 무릎의 철심을 제거한 ‘철없는’ 환자들의 환한 미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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