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불 스파
화려한 재기를 노리는 전직 아이돌과
파이트머니를 받으려는 외국인 노동자의
짠내 나는 사우나 SF 활극
믿고 보는 작가 설재인의
좀비 코믹 스포츠 드라마
2019년 소설집 《내가 만든 여자들》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후 단시간에 괴물 같은 신인에서 ‘믿고 보는 작가’로 거듭난 설재인이 신간 《레드불 스파》를 선보인다. 일상적인 배경 스파(찜질방)에 SF적인 요소 좀비를 양념으로 잘 버무려 설재인만의 독보적인 좀비 코믹 스포츠 드라마가 탄생했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면서도 늘 폭발적인 서사의 힘과 탄탄한 스토리 그리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보여 주는 작가의 매력은 이번 작품에서 더욱 돋보인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좀비 아포칼립스를 맞이한 혼란스러운 상황에도, 자신의 문제를 떠안고 끝까지 달려 나가는 두 사람의 분투를 담아냈다. ‘인기’와 ‘돈’이라는 현지현과 쌈루타의 지극히 현실적인 목적은 작가 특유의 유쾌한 문체와 만나, 큭큭거리며 웃다가도 쌉싸래한 뒷맛을 느끼게 한다.
“세상이 멸망하는 한이 있어도 이겨야만 한다!”
서울의 한 찜질방에서 펼쳐지는 두 여자의 치열한 결투
2035년, 최강 한파가 몰아닥친 어느 겨울 토요일 꼭두새벽, 서울 서부 공항시장 인근에 위치한 ‘레드불 스파’. 한때는 외국인 단체 관광객이 몰리는 아주 잘 나가는, 대형 불가마 겸 찜질방이었으나 그것도 20년 전 얘기. 지금은 다 낡아 흉물이 된 기구만 가득하다.
한때 인기 아이돌이었던 현지현은 복싱 선수로 재기를 꿈꾸며 새로운 인생을 준비한다. 죽어라 준비한 일생일대의 아시아 여성 복싱 챔피언 타이틀전을 앞두고 9.5킬로그램을 감량한 상태. 계체량 전날 밤 마지막 700그램을 더 빼기 위해 자신을 알아볼 사람이 없는 ‘레드불 스파’에 왔다. 하지만, 스파에 걸린 구형 모니터에서 이상한 뉴스가 나오기 시작한다. 현재 서울 시내 좀비 떼 창궐 중, 절대 외출 금지! 그나마 다행인 것은, 좀비는 습기와 온기에 몹시 취약한 것으로 판명되고, 하여 스파 안에 있다면 안전하다.
그러던 중 레드불 스파에 불청객이 등장한다. 불청객의 정체는 현 복싱 챔피언인 태국 선수 쌈루타. 쌈루타도 마지막 땀을 빼기 위해 여기 왔단다. 입이 바짝바짝 마르고 온몸에 힘도 없어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 한국말 하나 하지 못하는 쌈루타까지 신경 써야 하는 상황.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현은 경기가 예정대로 진행될 거라는 연락을 받는다. 좀비 사태는 서울에 한정되어 벌어지고 있으니, 취소가 불가능하다나 뭐라나. 당장 다섯 시간 후인 계체량에도 참석해야 한다. 경기가 열리는 코엑스까지 가야 하는 현지현과 쌈루타.
이들은 무사히 코엑스까지 도착할 수 있을까. 그것도 좀비로 가득한 거리를 지나 지하철을 타고….
‘땀에 젖은 자신의 몸을 훑어보는 좀비와 눈이 마주쳤다’
이토록 유쾌한 좀비 이야기가 있다니!
믿고 보는 작가 설재인의 현실판 좀비SF 코믹 드라마
《레드불 스파》는 단순한 좀비 아포칼립스물이 아니다. SF적 상상력과 현대 사회의 문제를 결합해 코믹하면서도 깊이 있는 메시지를 느낄 수 있다. 보통의 생존 서사가 외부의 위협에 초점을 맞춘다면 이 작품은 과거의 실패와 상처를 극복하려는 주인공의 성장, 더불어 연예계의 부조리, 스포츠 산업의 현실을 좀비와 같은 비현실적 요소와 함께 경쾌하게 엮어냈기 때문이다. 특히, 설재인 작가만의 유쾌한 문체가 빛을 발한다. ‘좀비들은 다가오지 못하면서도 그 자리를 벗어나지 않고 우두커니 서서 지현의 알몸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148쪽)과 ‘좀비들은 리버 샷을 맞았을 때처럼 녹다운되진 않았지만 얼굴을 향한 잽 몇 번을 맞고는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났다.’(151쪽)과 같이 위태롭고 급박한 상황에서도 유머와 위트를 더해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작가는 “작가님이 복싱 얘기 안 쓰면 누가 써요. 작가님만큼 복싱 얘기를 자세하게 쓸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는데요?”라며, 작품을 쓰게 된 동기를 밝혔다. 그래서인지 소설에서는 프로 스포츠로서 복싱의 규칙과 기술적 디테일을 세밀하게 묘사했고, 이와 함께 복서로서 인물의 심리 변화와 성장 과정을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작품을 읽는 동안, 작가의 깊은 애정이 묻어나는 복싱과 무에타이의 디테일을 만끽하고, 각자의 목표를 향해 링 위에 오른 두 주인공의 치열한 승부를 응원하며 즐거운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이 소설은 복싱과 무에타이라는 두 종목에 대한 내 애정의 집합체이며 동시에 강한 여자(그러나 계속 자신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때론 회의하는, 즉 ‘본 투 비 파이터’는 아니었던) 둘이서 멋지게 싸우는 장면을 보고 싶었던 욕심의 결과이기도 하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레드불 스파》는 현지현과 쌈루타, 두 캐릭터들이 공통적으로는 여성으로서, 각자는 전직 아이돌로서, 외국인으로서 겪는 심리적 갈등을 그려낸다. 그들의 여정은 좀비 혹은 상대와의 싸움이 아니라 스스로 과거를 마주하는 과정이다. 설재인 작가는 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진정한 강함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것을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2019년 소설집 《내가 만든 여자들》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내가 만든 여자들》 《사뭇 강펀치》 《월영시장》, 장편소설 《세 모양의 마음》 《붉은 마스크》 《너와 막걸리를 마신다면》 《우리의 질량》 《강한 견해》 《내가 너에게 가면》 《딜리트》 《범람주의보》 《캠프파이어》 《소녀들은 참지 않아》 《별빛 창창》 《그 변기의 역학》 《계란프라이 자판기를 찾아서》 《정성다함 생기부 수정단》 《우연이 아니었다》 《뱅상 식탁》, 에세이 《어퍼컷 좀 날려도 되겠습니까》를 출간했다.
1부 잽과 카운터 그리고 훅
2부 니와 엘보, 킥과 딥
3부 스텝과 클린치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