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무서운 꿈을 꾼다
갑작스럽게 전 세계를 뒤덮은 미지의 전염병.
세상을 구할 열쇠는 유일한 내 친구였다.
『아이는 무서운 꿈을 꾼다』는 미지의 바이러스, 사이비 종교, 집단 괴롭힘 등 다양한 사회 문제로 점철된 오늘날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작품의 줄거리를 간단히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주인공 와타루는 여러 일자리를 전전하다 반찬 가게의 직원으로 일하며 정착해 홀로 살아간다. 그는 어렸을 때 사이비 종교 시설에서 살면서 극심한 괴롭힘에 시달렸고 결국 어머니와 여동생 마리나, 친한 친구 아오토와 헤어진 사연을 지니고 있다. 성인이 되어 담담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지만 그는 마음 한구석에 내내 여동생과 친구 아오토를 향한 그리움을 간직한다. 그러던 어느 날 와타루 앞에 ‘가오’라는 남자가 등장하고 전 세계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전염병의 습격을 받는다. 자신을 투자자라고 소개한 가오는 이 전염병을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겠다고 하며 와타루에게 수상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접근한다. 수상했지만 결국 가오의 알 수 없는 매력에 매료된 와타루는 가오의 사무실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20여 년 전 헤어진 여동생을 꼭 닮은 여자를 만나게 된다. 잔잔한 일상에 그 충격으로 다가온 그 만남이 와타루의 인생에 걸친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데 큰 계기가 되는데…… 그 여자는 대체 누구이며 ‘가오’의 정체는 무엇일까. 와타루의 유일한 구원이었던 친구 아오토와 신비한 능력을 지닌 가족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블루홀식스가 출간한, 제70회 일본 추리 작가 협회상을 수상한 걸작 『어리석은 자의 독』, 아동 학대라는 끔찍한 현실을 고발하면서도 한 줄기 희망과 미스터리로서의 가치를 놓치지 않으며 제33회 야마모토 슈고로상 최종 후보에 오른 『전망탑의 라푼젤』, 일상 미스터리와 청춘의 성장통을 절묘하게 엮어 그려낸 청춘 성장 미스터리 『밤의 소리를 듣다』 등만 봐도 우사미 마코토가 얼마나 다양한 이야기를 예측하지 못한 방식으로 풀어내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아이는 무서운 꿈을 꾼다』 역시 어떠한 키워드 몇 개로 소개해내기란 불가능할 정도로 오묘한 이야기를 절묘하게 풀어낸다. 만연한 가을 정취를 느끼며 ‘가을’ 분위기를 머금은 이 작품을 읽어주시기를 바란다.
“전혀 모르는 타인의 기분이 우연히 연결되어,
생각지도 못한 형태로 구원이 탄생한다.
나는 그런 사소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미스터리의 여제 우사미 마코토는 그 명성에 비해 국내에는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지에서는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1957년 일본 에히메현에서 태어났다. 작가가 쉰의 나이었던 2006년 『룸비니의 아이』로 제1회 ‘유幽’ 괴담문학상 단편 부문 대상을 수상하면서 화려하게 데뷔하며 2024년 현재까지 무려 23편이나 되는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다. 우사미 마코토의 작품은 지방 도시에서 전업주부로 살아온 경험을 살려 인간의 부정적인 측면을 괴담으로 끌어내는 작풍이 특징이다. 특히 인간에게 잠재된 어두운 감정을 묘사하는 솜씨가 탁월하다. 또한 언제나 일상에 도사리고 있는 괴이함을 통해 인간 내면의 어둠을 교묘하게 드러내는 재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이러한 작가가 환상소설이나 괴기소설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계기가 된 것은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이며, 그 외에 레이 브레드베리, 스티븐 킹, 토머스 쿡 등의 작품에서도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이렇듯 작가는 데뷔 이후, 『일곱 색의 동화』, 『들어가지 않는 숲』 등 호러 색이 짙은 작품을 선보이며 두각을 나타내다가 2009년 돌연 작가로서의 활동을 멈춘다. 그러다 2016년 다시 등장해 이전까지 썼던 작풍과는 다른 분위기의 호러와 심리 서스펜스, 미스터리와 휴먼 드라마를 융합한 작품을 쏟아 놓기 시작한다. 특히 2017년 『어리석은 자의 독』으로 제70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장편 및 연작단편집 부문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복귀탄을 쏘아 올린다. 블루홀식스에서 2020년에 국내 출간한 『어리석은 자의 독』은 인간의 절망과 내면을 농밀하고 묵직하게 담아낸 충격적인 걸작으로 범죄 소설과 미스터리, 호러의 경계를 자유분방하게 활보한다. 더 나아가 인간의 처절한 심리와 업보, 비극을 담아낸 한 편의 휴먼 드라마를 연상케 한다.
『아이는 무서운 꿈을 꾼다』는 일본에서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에 출간된 작가의 열일곱 번째 장편소설이며 국내에서는 다섯 번째로 출간되는 작품이다. 그녀는 『전망탑의 라푼젤』 관련 인터뷰에서 “전혀 모르는 타인의 기분이 우연히 연결되어, 생각지도 못한 형태로 구원이 탄생한다. 나는 그런 사소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아이는 무서운 꿈을 꾼다』도 마찬가지다. 잘 알지 못하는 전학생에게 동류의식을 느끼고 그 인연은 아오토의 인생 전반에 크나큰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작가는 ‘괴이함을 그린 이유로 두려움을 느낀 인간 존재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이는 무서운 꿈을 꾼다』에 등장하는 마족이 가진 이능력, 거기서 나타나는 괴이함을 마주하는 와타루가 느끼는 감정은 무엇일까. 두려움이라는 감정으로 단어할 수는 없을 테지만 그 안에서 이 괴이함을 어떻게든 소화하려는 인간의 행동 양상과 내면을 우리는 관찰할 수 있다. 온갖 인간 군상의 사연을 전통 미스터리로 풀어왔던 작가가 펼쳐 보인 환상 미스터리의 매력에 빠져보시기를 바란다.
1957년 일본 에히메현 출생. 2006년 『룸비니의 아이』로 제1회 ‘유幽’ 괴담문학상 단편 부문 대상을 수상하면서 데뷔했다. 일상에 내재된 균열을 작가 특유의 예리한 시선으로 포착한다. 또한 그 균열의 틈새로 괴이함이 스며드는 과정을 통해 인간 내면의 어두운 감정을 묘사하는 솜씨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아이는 무서운 꿈을 꾼다』는 일본 미스터리의 여제 우사미 마코토가 새롭게 선보이는 장편 판타지 미스터리다. 미지의 바이러스, 사이비 종교, 집단 괴롭힘, 그리고 신비로운 능력을 지닌 마족 등이 얽혀 오묘하고 참신한 매력을 발산한다. 대표 작품으로는 『밤의 소리를 듣다』 『어리석은 자의 독』 『전망탑의 라푼젤』 『꿈 전달자』 『달빛이 닿는 거리』 등이 있다.
1장 모든 것은 가을에 일어난 일
2장 밤에서 태어난 남자는 달빛에 형상화된다.
3장 기억은 때로 지독한 거짓말을 한다.
4장 완만한 삶은 완만한 죽음만큼 견디기 힘들다.
5장 모든 것을 아는 것보다 슬픈 일은 없다.
6장 피를 나눠 증오는 더 커진다.
7장 깨어나라 부르는 소리 있도다.
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