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편지
오천만원 고료 자음과모음 네오픽션상 수상작
살인현장에 남은 메시지와 범인이 보내오는 편지
장르문학의 문법과 형식 자체를 넘어서 다양한 글쓰기를 시도하는 ‘새로운 소설’ 네오픽션을 대상으로 하는 자음과모음 네오픽션상 첫 수상작으로, 심사위원들로부터 한국형 추리소설의 탄생을 예감케 한다는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교수형 매듭의 밧줄을 이용해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범인을 추적하는 내용을 기본 얼개로, 추격자들의 심리와 내면에 초점을 맞춰 설득력 있고 박진감 넘치게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유흥가와 집창촌으로 유명한 영흥시에서 가출소녀 남예진이 속옷만 입고 목을 매 죽은 사건이 발생한다. 모터사이클 선수 곽태진과 퇴역 군인인 정해일 대령의 사건과 동일한 수법을 사용한 연쇄살인으로 밝혀진 이 사건에는 아무런 단서도 발견되지 않는다. 하지만 피해자심리전문요원인 박은희와 끈질긴 집념의 사건기자 유제두는 그들만의 탐정놀이를 통해 범인이 살해현장에 남긴 암시를 발견한다. 정의로운 살인인 ‘사적 처형’을 자처하며 살인을 계속하는 범인과 그의 뒤를 쫓는 사람들. 사건에 휘말린 사람들은 범인을 추적할수록 사건의 진실보다는 오히려 자신에 대한 진실을 발견해간다.
편집기자 출신답게 작가는 성실한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범행현장과 추리과정에 관한 섬세하고 정확한 묘사를 선보인다. 살인자의 정체를 밝히는 과정뿐 아니라 살인자를 추적하는 사람들의 삶 자체도 차분하게 묘사하여 현장감을 충분하게 살려냈다.
추리소설 『살인자의 편지』로 제2회 자음과모음 네오픽션상을 수상한 작가다. 물이 귀한 서울의 한 달동네에서 태어났다. 주기적으로 물에 잠기는 안양천변의 저지대에서 유년을 보냈다. 전라도 빈농의 자식들인 가족은 수도권의 빈촌들을 물처럼 흘러 다녔다. 포클레인의 무쇠 팔, 무너지는 블록 담, 잦은 이사와 전학이 원체험이며, 요즘도 그런 풍경을 볼 때면 불길한 향수에 젖는다. 어설프게 읽은 도스토옙스키와 노태우 정권의 북방외교에 들떠서 노어노문과에 입학했다. 입학원서를 낸 지 한 달 만에 소련이 붕괴하고 모스크바에 쿠데타군의 탱크가 어슬렁거렸다. 가격자율화 조치 이후 물가가 한 해에 스무 배씩 오른다는 큰 나라의 소식을 들으며 삶과 상품의 관계에 대해 생각했다. 대학 다섯 학기 동안 러시아어 격변화를 다 외우지 못한 채 군대를 갔고, 복학한 뒤부터 톨스토이를 열심히 읽었다. 졸업 후 몇 개의 직장을 거쳐 시사주간지 〈한겨레21〉 편집팀에 입사했다. 인간은 사실에 집중해야 하며, 세상을 비난하기 전에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그곳에서 배웠다. 삼십 대 후반, 갑자기 무언가 쓰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