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의 파수꾼
어둠을 밝히는 야간노동 이야기
깊은 밤의 파수꾼
카드사 콜센터를 거쳐 사고예방센터 카드 부정사용 모니터링 부서까지 도합 15년차 심야 상담사로 일해온 저자가 노동 안팎에서 겪은 일들을 기록했다. 상담사의 일상은 악성 민원 고객뿐 아니라 고마움을 진심으로 되갚는 고객, 상담사보다 사기범을 더 믿는 피해자, 저마다의 현실에서 안정과 탈출을 꿈꾸는 동료 등 다채로운 현대인의 군상을 만나는 과정이다. 어린 시절 이웃의 사정에 귀 기울이는 법을 가르쳐준 어머니, 군사문화의 잔재로 주입식 친절 교육을 받았던 학창시절 등 개인적인 기억의 술회와 더불어, 저자는 감정노동 종사자로서 자신이 체득해온 친절의 기술을 한발 물러나 바라본다.상담 노동에 대한 사유를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그 배경인 사회로 시야를 확장하게 된다. ‘고객만족’이라는 미덕에 저당잡힌 서비스 노동자의 삶은 ‘친절, 정확, 신속’이 국민적 모토가 되어온 한국의 성장 과정과 연결되어 있다. 저자는 갑과 을로 쉽게 이분화되는 사회의 토대를 들여다보고 원청도급 구조와 같은 노동 전반의 문제를 함께 짚는다. 또 어떤 에피소드들은 기술 발달에 따른 금융 범죄의 진화와 인간관계의 변모 등 지난 십여 년간 변화해온 한국사회의 면면을 고스란히 드러낸다.상담이란 서로 낯모르는 고객과 상담사가 하는 것이기에, 상담에 대한 성찰은 결국 타인이라는 존재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혐오와 폭력의 언어가 난무하는 환경에서도 대화의 가치와 타인의 의미를 긍정하는 시선을 통해, 이 책은 열악한 근무 조건을 고발하는 노동 르포의 전형에서 한발 나아간다. 도시의 밤을 지키는 수많은 파수꾼 중 하나가 된 저자는 얼굴 없는 노동이 이 사회의 빈틈을 조용히 메꾸고 있음을 증언하며, 각박한 현실에도 인간과 노동에 대한 존중과 신뢰의 태도를 잃지 않는 법을 들려준다.
[시리즈 소개]
나날문고
나날문고는 돛과닻이 펴내는 국내 산문 시리즈입니다.
일하고 생활하며 하루하루 깊어지는 직업인의 시간을 담습니다.
15년째 카드사 야간 상담사로 일한다. 오랫동안 콜센터 상담 업무를 했고 현재 사고예방부서에서 카드 부정사용 모니터링과 사고 상담을 한다. 철학을 전공한 뒤 공공기관 잡지 기자, 영어학습지 오디오 스크립터 겸 연출자로 살다가 드라마 작가를 꿈꾸며 뛰쳐나와 수년간 헤맸다. 곤궁한 작가지망생의 밥벌이로 시작한 야간 상담일에서 뜻밖의 재능과 적성을 발견했다. 종종 고객에게 상처받지만 언제나 친절하고 상냥한 상담사로서 밤새워 타인의 삶을 지킨다. 상담 노동의 일상을 안과 밖에서 치열하게 바라보고 기록하며 비로소 처음 작가가 된다.
[들어가며] 나는 오늘 세상을 구했어요
1장. 깊은 밤 속으로
학력 위조
헛똑똑이
고객님, 저 졸려요
재능의 기원
깨끗하고 아늑한 곳
2장.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일터
새벽, 용서의 시간
값 매길 수 없는 선물
투잡 유행
누구나 사랑할 자격이 있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
3장. 타인이라는 지옥
왜 계집애처럼 말을 해
연극이 끝나고
비폭력 대화
가족 말고
숨소리에도 매겨진 점수
친절함과 다정함
4장. 세상의 어둠을 가로지르며
평생 모은 돈이 사라져버렸어요
깊은 밤의 파수꾼
술 취한 고객들
얼굴 없는 범죄들
5장. 노동자, 혹은 좋은 이웃으로 살아남는 법
미용실에서
갑의 삶, 을의 삶
가늘고 길게
살아남은 상담사의 슬픔
타인의 삶
6장. 밤은 계속된다
달밤에 스쾃
너무나 비극적인
줄어든 사나이
여기 없는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