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마을 가까이 어디엔가, 조만간 미군 부대가 주둔하게 되리라는 소문은 월전면(月田面) 막곡동(幕谷洞) 사람들을 흥분시키는 데 충분했다.

그 느닷없는 소문은, 만조 때 백사장에 밀려온 바닷게들처럼 막곡동 마을 언저리 여기저기를 쑤시고 후벼들었다.

사람들은 이 충격적인 소문에 놀라 눈자위를 백 원짜리 동전만큼 치켜 뜨고 쉴새없이 씨부리기 시작했다. 소문이란 게 그러하듯이, 무엇 하나 구체적으로 짚혀오는 것, 이를테면 주둔 지역이 딱부러지게 어디쯤이며 부대의 규모는 어떤지, 어떤 성질의 임무를 띤 부대인지―그믐밤처럼 깜깜하였지만, 죽은 사람이 깨어난다 해도 일해야 할 이 추수절에 주책없는 소문이나 내지르고 다닐 육실할 놈도 이 마을엔 없으려니와, 차라리 오금 밑을 헐도록 긁었으면 긁었지 예로부터 남 조롱하고 이간질하며 남의 말꼬리나 물고 이집 저집 다니는 법 배워본 적 없는 숙맥 같은 마을 사람들은 이 소문의 근거를 굳이 캐려 들지 않았다.

그리하여, 이 소문은 마른 볏짚에 옮겨붙은 불처럼 돌격적인 전파력을 갖고 마을을 궁싯거리게 만들었고, 밤이면 인종깨나 모이는 막소주집 같은 덴 목이 매캐하도록 등심지를 돋으며 야심하여도 통 제집 구석으로 돌아갈 요량을 않고 있었다.

-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1939년 경북 청송 출생. 1965년 서라벌 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1971년 「월간 문학」에 「휴면기」 당선.

1983년 한국소설문학상, 1984년 유주현 문학상,
 
1993년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문학부분, 1996년 제8회 이산문학상,
 
1998년 제6회 대산문학상 수상

장편소설 「객주」「아들의 겨울」「천둥소리」「외설춘향전」「야정」「화척」「홍어」「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

작품집 「새를 찾아서」「겨울새」등이 있다.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