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독일에서 더 유명한 이미륵의 자전 소설 『압록강은 흐른다』를 초등학교 고학년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삽화와 함께 새롭게 편집한 책입니다. 이 소설은 작가가 소년 시절에 체험한 일들을 소박하게 그려냄으로써 한 동양인의 정신 세계를 제시한 것입니다.
소설은 사촌 수암과 함께 보낸 소년시절, 가정과 학교 생활, 구식 교육과 신식 교육, 일제의 침략과 탄압 정치, 압록강을 건너 조국을 떠나 유럽에 도착하여 독일 생활이 시작되는 이야기까지가 자전 소설 형식으로 서술되어 있습니다.
작가는 한국의 역사적 및 전통적 배경을 바탕으로 신문명의 유입 과정과 유럽 세계와의 접촉을 일인칭 소설로 서술하면서, 끝내 돌아가지 못한 고향과 조국의 이야기들을 들려줍니다.
한국의 풍습이나 윤리의 소개로 동양 문화를 서구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 이 작품은 원래 독일어로 쓰여져 있습니다. 이것을 이미륵박사기념사업회 회장이며 성신여대 독문과 교수인 정규화가 어린이들이 읽기 쉬운 문체로 옮겼습니다.
저자소개
시인 정규화는 1949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마산상고를 졸업했다. 그는 1981년 13인 신작시집『우리들의 그리움은』(창작과비평사)으로 등단했고, '시와경제' 동인으로도 활동했다.
정규화는 흔히 '농민시인'으로 규정되곤 한다. 그는 초기 시부터 일관되게 농민의 삶을 핍진하게 그려낸 시인인 것이다. 그것은 때로 분노로, 설움으로, 야유로 드러나며 70년대의 산업화 과정에서 해체되어 가는 농촌, 농민의 삶을 담아내고 있다.
정규화 시인의 시들을 읽게 되면 그가 얼마나 자신에게 충실하고 정직하게 살려고 하는 지를 금방 알 수 있다. 그리고 시인은 그렇게 사는 일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도 잘 알고 있다. '누가 뭐래도 나는 내 식으로 열심히 쓰겠다'는 시인의 말 속에서 그의 삶과 문학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엿볼 수가 있다. '나는 이런 시나 쓰는 사람/ 나는 암행어사 덕택에/ 나발 구경 안한 사람/ 목마를 때 세금 내고 물 마시는 사람/ 사람팔자 시간 문제라지만/ 건드리지 말게/ 내 다리 긁어봤자 뭣에 쓸텐가/ 이 벌레 같은 글쟁이들아'(「시를 위하여」)라는 일갈을 보라. 때묻지 않은 순정의 시인에게서가 아니면 도저히 나오지 못할 시구인 것이다.
정규화 시인의 순정함을 엿볼 수 있는 일화가 있다. 정규화 시인이 심야에 서울에서 인천까지 택시를 타고 갔을 때의 일이다. 아마 술자리 끝에 집에 돌아가는 길이어서 지갑이 비어 있었던 모양이다. 택시가 집 근처에 이르러 멈추었는데 택시비는 없고 어쩔 줄 모르던 시인은 '나, 시인인데……' 하자, 택시기사가 '시인이고 X이고 임마, 차비 내!' 하면서 경찰서까지 끌려가고 말았단다.
이 순정의 시인이 어찌 도시를 견뎌낼 수가 있었겠는가. 그는 도시에서 몇 년을 버티다 결국 낙향하고 말았다. 송충이가 솔잎을 먹고 살 듯 시인 정규화는 고향에서 여전히 농민시를 쓰고 있다.
시집으로는『우리들의 그리움은』,『농민의 아들』,『지리산 수첩』등이 있고, 현재 민족문학작가회의 경남지회장을 역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