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시간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
여기, 무자비한 시간을 온순하게 길들여
자기 것으로 만든 한 남자가 있다.
자기 앞에 주어진 시간과 독특한 관계를 맺으며 학문 연구와 도덕적 자기 삶의 완성에 몰두했던 한 과학자의 기이하고도, 아름다운 삶을 조명한 책이다. 1972년 8월 31일, 구소련의 곤충분류학자이자 해부학자인 알렉산드르 알렉산드로비치 류비셰프Aleksandr Aleksandrovich Lyubishev가 82세로 세상을 떠났다. 평범하고 소탈한 연구자로 살다 간 그가 세상에 남겨놓은 것은 70여 권의 학술서적과 총 1만 2,500여 장(단행본 100권 분량)에 달하는 연구논문, 그보다 방대한 양의 학술자료 및 꼼꼼하게 제본한 수천 권의 소책자들이었다. 생전에 류비셰프와 교류를 가졌던 국내외 지식인들은 그가 남긴 엄청난 양의 원고와 속속 드러나는 학문적 성취 앞에서 할 말을 잃었다.
류비셰프 생존 당시부터 호기심을 가지고 교류를 지속했던 전기작가 다닐 그라닌Daniil Alexandrovich Grankn은 류비셰프의 비밀스럽고 위대한 삶을 추적하기로 했다. 말년에 류비셰프가 체류했던 울리야노프스크를 방문해 그가 남긴 방대한 원고들을 여러 날에 걸쳐 검토하던 중 매우 흥미롭고도 소중한 단서를 발견했다. 유고에서 나온 ‘시간통계’ 노트가 바로 그것이었다. 언뜻 무미건조한 일기장처럼 보였던 이 노트를 꼼꼼히 분석하던 그라닌은 베일에 싸인 류비셰프의 인생관과 학문관, ‘괴력’이라고 일컬어질 만한 성취의 비밀을 풀어줄 열쇠를 찾기에 이르렀다. 모든 것은, 류비셰프의 ‘시간’에 있었다. 스물여섯 살부터 시간통계 노트를 작성해온 그는 지금껏 그 누구도 시도해본 적이 없는 방법으로 도처에 깔린 시간을 ‘채굴’해냈고 그렇게 확보한 시간 속에서 자기 삶의 완성으로 향하는 위업을 달성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치밀한 취재와 저자 그라닌의 풍성한 사유, 빼어난 문장력이 잘 어우러진 이 책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는 1974년 처음 출간되었을 당시 유럽과 중국 등 여러 나라의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2004년 초판 출간 당시 저자로부터 이 책의 한국어 판권을 영구 양도받은 황소자리는 책 속 주인공 류비셰프와 2019년 98세를 일기로 작고한 저자 그라닌의 숭고한 생애를 기리면서 달라진 시대에 맞게 책에 새 옷을 입혀 개정판으로 출간했다.
다닐 알렉산드로비치 그라닌은 1949년 소설『두 번째 대안』을 발표하며 글을 쓰기 시작하여 이후 소설 창작 및 러시아 과학자들에 대한 전기를 집필한 작가이다. 그는 이 전기들로 독일 하인리히 하이네 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그는 1919년 1월 1일 러시아 사라토프에서 태어나서 1941년 레닌그라드 기술학교를 졸업하고 키로프 공장에서 전기 기술자로 근무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레닌그라드와 발트 해 근방전투에 참가하고 이후 레닌그라드 전기회사에서 근무했다. 구소련 정부로부터 노동영웅 칭호를 받고, 붉은별 훈장 및 붉은깃발 훈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1989년부터 1991년까지 소련 공산당 당원으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현재 상트 페테르부르그에 살고 있다.
▒ 추천사 | 12
▒ 한국어판 저자 서문 | 18
1장|글을 시작하면서 가지는 고민 | 21
2장|그들이 류비셰프를 숭배했던 이유 | 34
3장|류비셰프가 남긴 방대한 자료들 | 40
4장|기이하고 흥미로운 일기장에 대해 | 46
5장|시간과 우리의 관계에 대해 | 57
6장|그의 젊은 시절 | 68
7장|시간통계 방법을 개발하다 | 78
8장|그를 닮을 수 있을까 | 101
9장|그는 현대 과학자의 이상적 모델인가 | 106
10장|그의 유전적 특징에 대해 | 112
11장|학자들의 특성에 대해 | 134
12장|류비셰프가 치렀던 대가 | 149
13장|류비셰프의 마음속 갈등들 | 158
14장|지독히 운 없는 사람이 행복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 182
15장|자기인식에 이르는 길 | 213
마지막 장|서글프게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들 | 229
▒ 옮긴이의 말 | 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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