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 작품으로 말하다
기생은 몸을 파는 노리개가 아니었다.
기생은 남자들이 주인인 잔치에서 분위기를 띄우는 화류계의 여성으로 묘사되었다. 남성을 상대로 한 주연에서 술을 건네며 흥을 돋우는 것이 기생이 하는 일이었으나 조선 중기까지만 해도 기생들은 몸을 파는 일을 본래의 업으로 하지 않았다. 그들이 기생이 된 이유 또한 다양하다. 기생들은 글과 그림, 음악, 춤 등을 잘하는 예술적 재능이 뛰어난 인물들이 많았고 그만큼 감성 또한 풍부하였다. 기생은 자신들의 예술적 감성을 끌어내고 표현해야 하는 환경에 있었다는 점에서 과거의 예술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계층이라 할 것이다.
그녀들이 남긴 시에는 신분과는 상관없이 한 사람을 기다리며 평생을 사랑한 절절한 마음이 녹아있다. 부용이 「부용상사곡芙蓉相思曲」에서 '은장도로 장을 끊어 죽는 일은 어렵지 않으나'라고 말한 것처럼, 수많은 남자들을 상대해야 했던 기녀의 신분이었지만 그녀들이 꿈꿨던 건 절대적인 '임' 한 사람이었다. '임'은 의심을 넘어서고, 생의 견디기 어려운 고독과 쓸쓸함을 넘어서 의지할 수 있는 존재다. 저자는 이 책에서 기생의 다양한 모습을 제시하며 과거의 역사와 사회상을 더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무엇인가 하고 싶은 사람은 방법을 찾아내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사람을 구실을 찾아낸다.' 이러한 믿음 하나로 학교를 퇴직한 후 우리 역사를 바르게 일가 위한 집필 작업에 몰두한다. 단순히 텍스트 상으로만 존재하는 역사가 아니라 직접 발로 뛰면서 보고 듣고 느낀 역사의 현장들을 기록함으로써, 지나간 시간의 역사가 아니라 현재 우리 곁에서 살아 숨 쉬는 역사를 더 많은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학자이다.
문학박사로 한국인물사연구원 원장, 사육신현창회 연구이사, 성균관 부관장, 서울문학사확회 이사, 사명당기념사업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작가의 말
제1부 기생이란 신분은 타고나는가
기생재상
왕을 모신 첩과 기생들
- 조선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
- 정종의 짧았던 재위 기간
조선 시대 여성관의 일대 변환
제도로 존재한 특수 전문직
수청을 드는 것은 기생의 의무라 했으니
기생에게도 등급과 계급이 있었다
지방에서 뽑아 올리기 바빴던 명기名妓
중종도 포기한 장안 기생
기생을 감독하는 기생 서방
모갑某甲이란 무엇인가
국운國運과 함께 기울어진 기생 신세
꽃값 못 받은 평양 기생들의 삶의 터전
개화기 단발머리가 말해 주는 신 풍속
면천을 위해 절에 머물다
기생을 만나기 위해 동원한 수단들
사처소 오입쟁이들의 횡포
백인 창녀와 혼혈 창녀
품위 있는 기생에게 내린 정오품 벼슬
창기에게도 혈연은 있었다
제2부 조선조의 여성 시관詩觀과 기녀들의 수준 높은 시작詩作
진솔한 감정을 표했한 고려가사高麗歌詞
명문대가의 규방가閨房歌
명기의 삶과 그녀가 남긴 작품
사랑은 붉어서 퇴색하기 쉬워라 황진이
-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 벽계도정 이종숙의 가계도
- 당당히 자신의 무덤을 갖고 있는 황진이
- 황진이로 인해 파직을 당한 임제
- 대담하나 여린 황진이의 작품들
* 옛이야기 한 꼭지 삼척 바위와 기녀의 한
한 사람에게 순정을 바친 기생들
운초 김부용의 사랑과 시
- 59세의 나이 차는 문제 되지 않았다
- 정이 있으되 말이 없으니 흡사 정이 없는 것 같구나
- 기녀는 열녀가 될 수 없나
재기와 따뜻한 인간미를 지닌 매창
- 이 생명 다할 때까지 그대와 살고지고
- 매창과 교분이 두터웠던 이귀
- 매창과 시를 주고받은 허균
- 세상의 권력을 거부한 허균
- 『가곡원류』에 실린 매창의 시조 12수
- 명산名山 변산이 낳은 가사 문학
- 「초운사」로 주목받기 시작한 부안의 가사 문학
- 그리던 임과 다시 만났으나 병마가 죽음을 재촉하고
* 기행문 부안 700리 길에 자리한 아담한 매창의 무덤
- 매창이 평생을 사랑한 유희경
- 신분의 귀천은 있으나 하늘이 준 노래는 같은 소리이다
생애를 건 기다림을 예술로 승화시킨 홍장
- 박신과 조운흘의 평생 잊지 못할 기억
* 운봉 박씨 박신의 가계도
- 홍장에 의해 새롭게 조명되는 기류 문학
- 한송정과 한송정곡
기생 홍랑, 명문가의 묘소에 묻히다
- 기구한 운명의 장난
- 사랑이라는 천형
- 세 번째 만남, 그리고 영원한 이별
* 기행문 최경창과 홍랑의 묘소를 찾아서
순정을 위해 몸을 바친 기생 경춘
- 월기 경춘 순절비
- 낙화암에 전하는 여랑女娘을 위한 시
* 옛이야기 한 꼭지 방랑 중에 만난 사람들, 이달과 최경창
대학자와 기생의 인연
퇴계와 단양의 관기 두향
- 단양에 부임한 이황의 민생 시찰
- 이 차茶는 아무에게나 주는 차가 아니옵니다
- 깊은 거문고 소리로 이황의 마음을 빼앗다
- 뜨거운 노래 가슴 속에 지닌 시인 두향
- 신선이 내려앉는 강선대에서 시를 주고받다
- 강선대와 두향을 읊은 선비들
- 단양에 세워진 최초의 서원
반평생의 귀양살이 윤선도와 관기
- 윤선도가 유배지에서 교류한 벼슬관들
- 윤선도의 제2차 유배지 영덕에서의 행적
- 마지막 밤 관기들과 나눈 시
* 옛이야기 한 꼭지 정철의 속마음은 알 수 없다
전란에서 빛을 발한 기생들
논개의 열아홉 청춘
- 최경회와의 인연
- 실존 여성 중 유일한 논개의 사당
- 논개의 묘가 함양에 있게 된 연유
고성 기생 월이의 지혜
임진왜란이 낳은 또 다른 의기 계월향
매국적의 천금을 거부한 진주 기생 산홍
* 옛이야기 한 꼭지 기생 화선의 혼이 남긴 화몽정
알려지지 않은 명기들의 발자취
소춘풍의 기지로 대신들의 희로喜怒가 바뀌다
소백주와 백년 동포同抱 하시이다
색향 평양의 명기 구지
경기도 화성 기녀 명왕
소나무 같은 푸른 절개를 다짐하는 송이
황진이 못지않은 매화
이곡이 완계사에게 전한 시
신광수가 농월선에게 선사한 시
임제의 시에 한우가 화답하다
오지 않는 임을 체념하는 다복
이름조차 전하지 않는 기생들의 작품
이서구가 만든 기생들을 위한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