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버려 둔 뜨락\n\n\n뜨락을 가꾸지 않은 지 여러 해\n온갖 잡초와 들꽃들이\n절로 깊어졌다\n풀숲 여기저기 흩어진 돌들은\n깊은 생각에 잠겼다\n이제 내 마음대로\n저 돌들을 치우고\n잡초를 뽑을 수 없다는 것을\n조용히 깨닫는다.\n- 『모든 돌은 한때 새였다』(시와시학사, 2003)\n\n\n\n\n바람이 일러주는 말\n\n\n홀로 길을 걸으면\n지나가던 바람이 일러준다\n맨 처음에 길은\n내 마음의 실마리에서 시작된 것이라고\n\n들꽃을 보고 있으면\n지나가던 바람이 일러준다\n맨 처음에 꽃은\n내 마음의 빛깔을 풀어놓은 것이라고\n\n굽이굽이 흐르는 강물도\n푸른 하늘을 나는 새들도\n먼 옛날\n내 마음이 아기자기 자라난 것이라고\n\n멀고 가까운 온 누리 돌아서\n아득한 별까지 두루 지나서\n내 귀에 속삭이는 바람이\n바로 내 마음의 숨결이라고\n지나가던 바람이 일러준다.\n- 『모든 돌은 한때 새였다』\n\n\n\n\n거지의 노래\n\n\n나는 거지라네\n몸도 마음도 다 거지라네\n천지의 밥을 빌어다가\n다시 말하면\n햇빛과 공기와 물과 낟알을 빌어다가\n세상에서 보고 겪은\n온갖 잡동사니를 빌어다가\n마른 수수깡으로 성글게 엮듯\n잠시 나를 지었다네\n달이 뜨면 달빛이 새어들고\n마파람 하늬바람 거침없이 지나간다네\n그래도 거지는\n빌어 온 것들로 날마다 꿈을 꾸고\n빌어 온 물과 소금으로 눈물을 만든다네\n나는 처음부터 빈털터리 거지였다네.\n- 『모든 돌은 한때 새였다』

저자소개

국문학자, 시인. 배재대학교 인문대 명예교수. 시집에 『썩지 않는 슬픔』, 『나는 거기에 없었다』등 다수. 저서에 『도의 시학』, 『도와 생태적 상상력』 등 다수. 옮긴 책에 『삼국유사』,『구운몽』 등이 있다.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