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그리움\n\n\n한 사람을 그리워한다는 것은\n갈꽃이 바람에\n애타게 몸 비비는 일이다\n저물녘 강물이\n풀뿌리를 잡으며 놓치며\n속울음으로 애잔히 흐르는 일이다\n\n정녕 누구를 그리워하는 것은\n산등성이 위의 잔설이\n여윈 제 몸의 안간힘으로\n안타까이 햇살에 반짝이는 일이다.\n- 『나는 거기에 없었다』\n\n\n\n\n등불 곁 벌레 하나\n\n\n옛사람들은 그림을 그릴 때\n푸나무나 꽃만 그리지 않고\n눈에 잘 띄지 않는 어느 구석일망정\n작은 벌레 하나가\n그 속에서 조용히 살게 하는 일을\n결코 잊지 않았다\n\n오늘은 내 홀로\n하염없는 생각에 잠겨 있으면서\n그 생각의 등불 곁에\n작은 벌레 하나를 숨 쉬게 하여\n그 가느다란 더듬이로\n먼 세상을 조용히 그려 본다.\n- 『나는 거기에 없었다』\n\n\n\n\n이슬 속에는\n\n\n한 방울 이슬 속에는\n어디론가 끝없이 떠나는 사람들의\n뒷모습이 어른거린다\n콩꽃 같은 흰 옷고름이\n안쓰럽게 얼비치고\n가슴에 묻은 날카로운 칼날도\n눈물에 삭고 휘어\n이따금 찌르레기 소리에 반짝인다.\n- 『나는 거기에 없었다』

저자소개

국문학자, 시인. 배재대학교 인문대 명예교수. 시집에 『썩지 않는 슬픔』, 『나는 거기에 없었다』등 다수. 저서에 『도의 시학』, 『도와 생태적 상상력』 등 다수. 옮긴 책에 『삼국유사』,『구운몽』 등이 있다.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