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나는 거기에 없었다\n\n\n가을걷이 끝난 텅 빈 들판에\n이따금 지푸라기가 바람에 날리고\n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n외딴 빈집\n이따금 낡은 문이 바람에 덜컹거린다\n\n바람에 날리는 지푸라기와\n바람에 낡은 문이 덜컹거리는 소리는\n누가 보고 들었는가?\n시를 쓰는 내가?\n\n나는 거기에 없었다.\n- 『나는 거기에 없었다』\n\n\n\n\n바람의 뼈\n\n\n바람도 죽는다.\n죽어서는 오래 삭지 않는 뼈를 남긴다.\n단청이 다 날아간 내소사 대웅전\n앙상히 결만 남은 목재를 보라\n바람의 뼈가 허공 속에\n거대한 적멸의 집 짓고 서 있다.\n- 『나는 거기에 없었다』(시와시학사, 1999)\n\n\n\n\n극지極地\n\n\n내 마음에는\n아무도 모르는 극지가 있다.\n\n극지에 이를수록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n한껏 키를 낮추고\n숨소리도 죽이고\n작아질 대로 작아져서\n푸른 하늘만 끝없이 드넓다.\n\n내 마음에는\n바람도 흔들지 못하는\n극지의 고요가 살고 있다.\n- 『나는 거기에 없었다』

저자소개

국문학자, 시인. 배재대학교 인문대 명예교수. 시집에 『썩지 않는 슬픔』, 『나는 거기에 없었다』등 다수. 저서에 『도의 시학』, 『도와 생태적 상상력』 등 다수. 옮긴 책에 『삼국유사』,『구운몽』 등이 있다.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