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눈꽃 사랑이야 눈빛 사랑이야 눈물 사랑이야
도로를 지나다니는, 고무와 철제가 한데 섞인 차바퀴 무리 맞은편에서 어떤 희끄무레한, 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가물거리는 게 보였다. 그곳을 당당히 오가는 시선들은, 주변 사물들과 어울리지 못한 채 한숨처럼 홀로 서 있는 어스레한 형상 주위를 잠시 맴돌다가, 가을 녘을 닮은 참실잠자리 떼가 내수면을 스치며 날아오르듯 말없이 그곳을 지나쳐 가고, 넘어진 밤의 자취 한 조각 남아 있지 않은 그 곁으로는, 오후의 옷을 벗어 던진, 자주호반새가 내뿜는 나뭇더미 같은 저녁 바람만이, 달무리에 젖은 어슴푸레한 하늘가의 은물결처럼 고즈넉이 밀려들 뿐이었다.
은하가 길 위에 내린다. 별이 그 위에 쌓인다. 어느 틈엔가, 길 위에 수북이 쌓인 별빛 위로 은하의 노란빛과 붉은빛이 한데 어우러져 흐르며, 내 발등 위로 손을 내민다.
낯설지 않은 그 아렴풋한 별들의 빛깔이 포근함으로 다가오려는 순간, 나는 그것을 놓칠세라 부여잡듯 그 빛 속을 정처 없이 바라본다. 하지만 그 빛 속을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그 안에서는 못난 시절의 추억과 지난날의 눈빛만이 소리 없이 맴돌고 있을 뿐, 다른 어떤 것도 보이지 않는다.
물 생물들이 수면 아래로 아득히 멀어질 때쯤, 그 고인 물속에서 빛물체 하나가 날개 달린 수생곤충처럼 튀어 오르더니, 하늘가의 빛 자락을 타고 날아오르며 기류 속에 펼쳐진 은하 물결처럼 밤하늘 위에서 반짝거린다.
창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시집 『바닷바람』을 발표하며 창작 활동을 시작하였다. 서정문학 신인상 수상. 지구 사랑 공모전 시 부문 입선. 최근작으로는 시집 『네 눈동자에 바다가 있어』가 있다.
서문 • 005
푸른 파도의 날개깃 • 012
바다를 닮은 네가 • 014
넌 푸른 바다야 • 016
물 위의 겨울나무 • 018
여름 위로 날아오르는 바다 • 020
남빛 파도의 향기 • 022
기다림이 기억이 돼 버린 이들에게로 • 024
호숫가의 작은 새 • 026
바다라는 이름의 소년 • 028
그대는 바다와 같아서 • 032
파도 위로 흐르는 구름 • 034
그림자 언덕 • 036
바다 비 • 038
해안도 • 040
타워 • 043
나무의 바다 • 044
새벽 숲 • 046
가면의 팸플릿 • 048
비가 내리는 이유 • 050
푸른 새순 • 051
청어 • 052
보이지 않는 소리 • 056
그 기다림은 언제까지나 • 058
대나무 • 060
선착장에 부는 바람 • 062
빗물에 젖어 • 064
기억 속에 갇힌 새 • 066
모르타르 분배기 • 068
어제와 같은 길 • 070
거울의 사유 • 071
내 그리운 바다 • 073
그 질문에 대한 답은 • 074
별빛 나무 • 076
새벽빛 창가 • 078
나뭇잎 위의 비 • 080
먼뎃불빛 • 081
물빛 바람 사이로 • 082
비의 숲 • 084
그 하늘 아래에는 • 086
루드위지아 • 088
별이 내리는 숲속의 호숫가 • 090
바다의 빛깔 • 092
숲의 소리 • 094
상공의 잿더미 • 096
잔상이 아니려나 • 099
빗소리 • 100
바다는 언제나 우리 곁에 • 102
새벽빛으로 물드는 강가 • 106
초원의 눈 • 108
새로워진다 • 110
풀잎을 찾는다 • 112
맨해튼 트럭 • 114
바다 저편의 그 눈빛 • 115
푸른 물그림자 • 116
깨지지 않는 나무 • 118
밤의 연회 • 120
푸른 파도 • 123
다울라기리 • 125
아침의 눈동자 • 128
별을 쫓는 나방의 날개를 보았다 • 129
새벽 소리 • 131
밤이 새도록 • 132
구름에 젖어 • 134
새벽을 바라보는 사람들 • 136
별빛 아래서 • 137
꽃과 바람 사이로 • 138
폭포수 • 140
새벽의 날개 • 142
주차장의 푸른 돛새치 • 144
그대 곁의 작은 꽃잎 하나가 • 146
새벽의 눈동자 • 148
빗물에 눈물을 새기고 • 150
녹자작 • 152
파도의 전자기장 • 153
뉴트리아 • 155
사람과 바다의 거울 • 156
비에 젖은 푸른 잎 • 158
생각의 잔 • 160
길 위의 불빛이 되어 • 162
공작새 • 164
어제와 오늘의 물그림자 • 166
새벽 별이 숲의 눈동자에 비칠 때 • 168
파도의 잎사귀 • 170
빗속에서 • 172
전서구 • 174
그린란드 곡빙하 • 176
눈의 산 • 178
그대의 그 눈빛만을 • 180
은빛 나무와 겨울새 • 181
벽조 • 182
길을 만나자 • 184
겨울 꽃잎 • 186
그 나무가 서 있는 곳에는 • 188
풀잎과 나뭇잎은 흔들리고 • 190
가난한 도시의 제비나방 • 191
푸른 새벽 • 193
산을 올라야 하네 • 194
비에 젖은 푸른 밤 • 195
새의 별 • 196
바다의 불빛 • 199
구름 속의 산새처럼 • 201
기억의 호수 위를 걷는 슴새 • 202
해오라기를, 물방울 속의 해오라기를 보았다 • 203
폭포수의 깃털이 비치는 나무숲 앞에 손을 내밀면 • 205
목각 나방과 작은 새 • 208
다시 부는 바람 • 211
새벽 네 시의 지하 주차장 • 212
겨울 귀뚜라미 • 214
별 하나를 보았네 • 216
그대를 그리며, 기다리며 • 217
얼음꽃처럼 흘러내리는 새벽길 • 218
별이 쏟아지는 푸른 밤 • 220
눈보라 속의 보랏빛 꽃 • 221
꿈 같은 밤 • 224
빗물의 계절 • 226
눈 내리는 새벽의 노래 • 228
바다의 소리를 들어 봐 • 230
꽃별 • 232
어린 새의 눈에 비친 나방의 날개 • 234
호우 • 236
너를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었지 • 238
푸른 물새 • 239
한 사람에게서만 • 241
저 바다 너머에 네 눈동자가 있어 • 242
새벽 별의 바다 • 244
파도치는 바다 위로 흐르는 눈빛 바람 • 246
바다가 빗물처럼 흩어져 내려도 • 248
가슴이 말한다 • 250
그대가 보이는데 • 251
창밖에 서서 그대를 부르네 • 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