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좀비 연대기

좀비 연대기

저자
로버트 E. 하워드 외 지음, 정진영 엮고 옮김
출판사
책세상
출판일
2017-07-24
등록일
2017-10-23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24MB
공급사
알라딘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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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좀비, 죽음을 허락받지 못한 ‘죽은 자’
언데드의 은밀하고 서늘한 공포가 당신의 숨결을 얼어붙게 한다

로버트 E. 하워드, 잭 런던, 윌리엄 B. 시브룩…
세계적인 작가들이 대가의 숨결로 빚어낸 12편의 좀비 호러 컬렉션
<지옥에서 온 비둘기> <마법의 섬>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 등
낯설지만 매혹적인 좀비 소설의 원형을 만나다


‘좀비’는 오늘날 대중문화의 강력한 아이콘이다. 오랫동안 문화의 변방을 비척거리던 좀비가 뱀파이어, 늑대인간 같은 언데드계의 강자들을 물리치고 문학, 영화, 게임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장악하고 있다. 살아 있는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존재가 불러일으키는 원초적 공포가 두려우면서도 매력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죽음을 허락받지 못한 죽은 자, 변종, 인류의 종말을 가속화할 괴물, 가해자이자 피해자…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되는 좀비는 인간의 욕망이 투영된 자화상이자 현대의 악몽으로서 은밀하게 우리를 매혹시키고 있는 것이 아닐까.
다양한 호러 컬렉션을 선보여온 책세상의 신간 《좀비 연대기》는 ‘좀비’를 소재로 한 세계적인 작가들의 단편 12편을 엮은 앤솔로지다. 독립된 장르로 자리 잡은 방대한 좀비물이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국내 현실에서, 문학사적으로 좀비의 탄생과 자취를 맛볼 수 있는 클래식들을 발굴했다. 19세기 후반~20세기 전반에 쓰여 그 이후의 좀비 소설, 영화 등에 영감을 주고 결정적 영향을 미친 보석 같은 ‘원형’들이다.
윌리엄 B. 시브룩의 <마법의 섬>(1929)은 아이티의 부두교에 기원을 둔 ‘좀비’라는 존재를 서구권에 처음 본격적으로 알린 작품이며, 이네즈 월리스의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1943)는 좀비 영화의 고전으로 꼽히는 동명의 영화를 탄생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코난’ 시리즈로 유명한 호러와 판타지의 거장 로버트 E. 하워드의 <지옥에서 온 비둘기>(1934)는 스티븐 킹으로부터 “미국 최고의 호러 단편 중 하나”로 극찬받은 작품이다.
오늘날 스크린을 누비는 좀비는 흔히 무시무시한 흡혈 괴물로 그려지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초창기 좀비들은 대부분 독자적인 의식 없이 주술사의 지배를 받는 존재다. 그 자체로 섬뜩한 공포의 대상이지만,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고 초점 없는 눈으로 흔들리는, 연약하고 쓸쓸한 존재에 가깝다. 현대 좀비물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낯설고 어쩌면 덜 자극적일 수 있는 이런 좀비의 모습은 오히려 그래서 더 참신하고 매력적인 ‘공포’의 대상으로 다가온다. 잔인한 살육자라기보다 주술사에게 조종당하는 가엾은 좀비의 존재는, 사악하면서도 나약한 인간의 이중성과 그로 인해 빚어지는 미묘한 공포와 두려움을 ‘더 은밀하게, 더 서늘하게’ 드러내고 있다. 세계적인 작가들이 대가의 숨결로 빚어낸, 좀비 연대기의 새벽을 여는 초기 작품들을 통해 낯설지만 매혹적인, 섬뜩하고 우아한 클래식 호러의 세계를 만나게 될 것이다.

무시무시한 흡혈괴물 현대의 좀비와는 다른
쓸쓸한 좀비의 원형, 좀비 연대기의 새벽

‘부활한 시체’를 일컫는 좀비는 카리브해의 섬나라 아이티의 부두교에서 유래했다. 부두교의 사제나 주술사가 누군가를 죽음과 유사한 상태로 만들어 매장했다가 시체를 파내고 소생시키는데, 이렇게 부활한 좀비는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하고 주인의 명령에 복종하면서 지치지 않는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예와도 같은 존재로 살아간다. 이러한 좀비의 모습을 잘 드러내는 초기 작품이 미국의 탐험가이자 신비학자, 저널리스트인 윌리엄 뷸러 시브룩의 장편소설 《마법의 섬》(1929)이다.
이 소설은 영어권에 ‘좀비zombie’라는 단어를 처음 들여온 작품일 뿐 아니라 최초의 본격 좀비 영화라고 할 수 있는 빅터 헬퍼린 감독의 <화이트 좀비>(1932)에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책에는 《마법의 섬》 중에서 <사탕수수 밭에서 일하는 시체들>과 <투셀의 창백한 신부>라는 두 단편이 수록되었는데, 좀비 문학을 말할 때 빠지지 않고 인용되는 작품들이다. 아이티를 배경으로 하는 <사탕수수밭에서 일하는 시체들>에는 흑인 추장 부부가 농장 일을 부리기 위해 평화로운 무덤에서 불러낸 불쌍한 좀비 무리가 등장한다. 몽유병 환자처럼 멍한 눈빛을 한 채 하루 종일 고된 노동에 시달리던 이들은 좀비에게 금기시되는 소금을 우연히 맛본 후 자기 존재를 깨닫고 무덤으로 되돌아간다. “그들은 각자의 무덤 앞에서 다시 그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돌을 치우고 흙을 파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들의 싸늘한 손에 무덤의 흙이 닿자마자, 그들은 썩어가는 육신으로 변해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어디에나 좀비가 잠들어 있다
라프카디오 헌이 전하는 열대의 음산한 서정

아이티가 좀비의 기원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곳이 좀비 전통을 지닌 유일한 곳은 아니다. 서인도제도의 다른 섬, 가령 ‘귀환자의 마을’로 불리는 마르티니크에는 “악마와 좀비가 어디에든 잠들어 있다”는 옛말이 있고, 세인트크로이나 소앤틸리스제도에서도 무덤을 벗어난 언데드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온다.
라프카디오 헌과 헨리 화이트헤드는 서인도제도에서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좀비 연대기’에서 빠질 수 없는 작품을 남겼다. 헌의 <귀환자들의 마을>은 햇살이 비치는 한낮에도 “스산함과 유령을 간직하고 있는” 열대를 배경으로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아름다운 서정을 빚어낸다. 자기 자신의 “죽은 혼을 위한 상복”을 입고 한낮에만 나타나 야성적인 선율의 노래를 부르며 아름다운 자태로 남자들을 매혹시키는 헌의 좀비는 유령에 가깝다. “그때 여자가 갑자기 그를 향해, 그리고 마지막 붉은 빛을 향해 돌아섰는데 그녀의 얼굴이 오싹한 악귀의 몰골로 변해 있다. 오싹한 웃음소리와 함께……. “이제 키스해줘요!” 그 찰나의 순간, 그는 여자의 이름을 알게 된다. 곧 그녀의 모습이 보이는 동안 그의 머리에 둔중한 충격이 가해진다. 현기증, 뒷걸음질……추락. 600미터를 낙하한 그의 죽음이 바위에 쿵 떨어진다.”

잭 런던이 대가의 필치로 그려낸 과학풍 호러
죽음과 부활을 둘러싼 아버지와 아들의 ‘실험’ 전쟁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번역 출간된 미국 작가 중 한 사람인 잭 런던의 <천 번의 죽음>은 초창기 좀비 소설에서 흔치 않는 과학적 접근 방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생리학, 화학, 병리학, 독물학 등 온갖 과학적 지식을 섭렵한 아버지가 죽었다고 판정된 유기체를 소생시키는 실험에 몰두하는데, 집을 떠나 먼 곳을 떠돌던 아들이 우여곡절 끝에 그 실험 대상이 된다. 아버지는 아들로 하여금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하게 한 후 익사, 교살, 질식사, 감전사, 약물 주입 등 끊임없이 죽음과 소생의 실험을 반복한다. “또 한번은 나를 질식사킨 후에 아버지가 시체를 냉동하지도, 부패시키지도 않고 석 달 동안 차가운 저장고에 보관했다. 내가 죽어 있는 동안 아버지가 내게 무슨 짓을 했을지 생각하니 오싹했다.” 실험 대상으로 고통받는 한편 역시 과학적 가설과 실험에 매료된 아들은 전기분해와 가상 에너지를 이용해 가공할 만한 전류를 만들어내서는 사물을 해체하는 힘을 얻는다. 결국, 어느 날 아들을 깨우러 온 아버지는 옷가지만 남기고 퍽, 사라져버렸다. “한 차례 일었던 바람 외에, 마늘 냄새 같은 유황 냄새가 희미하게 떠돌았다. 옷가지 속에 아버지의 고체 성분이 조금 쌓여 있었다. 그게 다였다. 내 앞에는 드넓은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나의 억류자들은 모두 사라졌다.”

컬트가 된 판타지 ‘코난’ 시리즈의 작가,
호러와 판타지의 거장 로버트 어빈 하워드의 개성적인 공포 세계
<지옥에서 온 비둘기> <검은 카난>

“그 여자는 내가 주벰비의 창조자라는 걸 알아요. 여기 찾아와 문간에 서서 오싹한 술을 달라고 했지요. 뱀의 뼈를 갈아서 흡혈 박쥐의 피와 쏙독새 날개에 묻은 이슬과 또 입에 올릴 수 없는 이런저런 것들을 섞어 만든 술 말이에요. 그녀는 검은 의식에서 춤을 췄고, 주벰비가 될 준비가 다 돼 있었어요. 필요한 건 검은 술뿐이었지요. 물론 아름다워야 했고요. 난 거절할 수 없었어요.”

펄프잡지 《위어드 테일스》를 이끈 삼인방의 한 사람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가 그려낸 색다른 좀비 판타지 로맨스
<나트에서의 마법>

“야다르는 주문을 읊조리는 검은 자들의 존재를 잊고 사랑하는 여인을 와락 끌어안고서 미친 듯이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가 입 맞춘 입술은 지독히도 창백한데다 탄력이라곤 없었고, 입술 사이에서 숨결이 느껴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살을 맞댄 가슴에서는 오르락내리락하는 움직임이 없었다. 그를 바라보는 크고 아름다운 눈에는 졸음에 겨운 공허밖에 담겨 있지 않았다.”

좀비 영화의 고전,
자크 투르뇌르 감독의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에 영감을 준
바로 그 작품, 이네즈 월리스의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

“맥도너가 아내에게 다가갔지만, 그녀의 파란 눈동자는 멍하니 그를 응시할 뿐이었다. 눈빛 어디에도 남편을 알아보는 기색은 없었다. 몇 번이고 소리쳐도 아내에게서 아무런 반응이 없자, 조지 맥도너는 비로소 사태를 파악했다. 그리하여 한밤중에 아내를 도로 묘지로 데려가, 파헤쳐진 그녀의 무덤 앞에 섰다. 아내에게 소금을 먹이자, 그녀는 이번에는 진짜로 죽어서 그의 발치에 쓰러졌다.”

밑바닥 인생의 질곡과 생의 암울한 단면을
기이하고 섬뜩한 공포로 담아냈던 호러의 대가
토머스 버크의 독창적인 좀비 단편 <할로 맨>

“고팍……하지만 내가 자네를 죽였는데. 정글에서 자넬 죽였어. 자넨 죽었잖아. 틀림없어.”
“자네가 그랬지. 알아. 이 땅에서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게 그것 하나니까. 자네가 나를 죽였다는 거. 그때 나는 아주 편했어. 아주 편했어. 휴식이라고나 할까. 너는 모르는 휴식. 그런데 그들이 와서 휴식을 방해했어. 나를 깨웠어. 그리고 나를 다시 살려놨어.”

저자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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