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예린은 바르셀로나 광장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손에 들린 커피와 귓가를 울리는 에스파냐어가 이제 익숙했다.“여기 있었네.”그리고 지난 4년간 하루도 변하지 않았던 한 가지.그, 이은태였다.예린의 고개가 오른쪽으로 아주 조금 돌아감과 동시에 그가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 그득하게 들어온 그의 존재를 이제 예린도 무시 할 수 없었다.벌써, 4년째 그는 제 곁을 한결같이 지켜주고 있었다. 이럴 필요가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그랬다. 하지만, 예린은 쉽게 허물 수 없는 벽이 있었다. 그건 온전히 자신만의 몫이었고 그를 끌어들일 수 없었다.“호세가 너 여기 있을거라더니 그 말이 맞았네.”예린은 그의 말에 고개를 내저을 수 밖에 없었다. 올리비에 스테파노와 사이가 그리 좋지 않았던 그라는 걸 안다.스테파노가에 와서 가장 빠르게 알 수 있었던 사실들 중 한 가지는 이 남자가 혹여라도 새어머니가 될 수 있는 올리비에를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건 하일 역시 다르지 않다고 들었다.그런 사이였음에도 그는 자신과 함께 호세를 만날 때 그 누구보다 친근하게 다가섰다. 바로 오늘처럼 말이다.“어쩌지? 난 조금 더 있다가 갈건데…….”커피 컵 위를 톡톡 두드리는 예린의 손가락이 경쾌한 소리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런 예린의 곁에 은태가 털썩 주저 앉았다. 검은 양복바지에 깔끔한 셔츠를 입은 그는 털썩 주저 앉아도 멋있었다.불쑥 은태가 예린의 손을 잡았다. 놀란 예린의 시선이 일렁이는 촛불처럼 흔들렸다.“뭐……뭐야?”대답도 없이 웃지도 않는 그의 시선은 진지했다. 예린의 손목에 정확하게 자리한 상흔을 바라보던 그가 예린의 손을 놓고 나서야 입가에 웃음을 걸칠 수 있었다.“잘 지냈나보네.”그의 말에 예린은 갑자기 숨이 턱 막혀왔다. 아직도 자신이 스스로 생을 놓아버릴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싶었다.그가 불안해하는 것을 알지만 모른척 했던 자신이었다. 다른 사람 마음따위 살필 여유 없다고 그건 제게 어울릴 수 없는 일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4년이라는 시간동안 한결같은 이 남자의 앞에 예린의 마음에 걸려있던 빗장은 하나씩 없어져가고 있었다.다정한 이런 한 마디가, 행동이 제게 얼마나 견디기 힘들지 이 남자는 모르고 있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받아주지 못하는 사람에게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 괜찮다고 생각하는 이 남자가 미웠다.미우면서도 늘 보고 싶었다.사실, 그랬다.노을이 어스름하게 깔리기 시작한 광장에서 예린은 그렇게 오도카니 앉아 있기만 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 은태가 있었다. 그 자리가 자신의 자리라는 듯 그렇게 앉아있었다.

저자소개

윤해조, 피니 작가님과 함께 ‘거리의 담벼락’에 머물고 있습니다.

[출간작]

솔직 담백 연애담
지금 너에게 간다
숨
썸데이, 러블리데이
신데렐라는 없다
너는 봄이다
프린세스 커플
도화

목차